[황소영 변호사] 이혼 - 졸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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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황혼이혼 그리고 졸혼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노년에 이르러서 배우자와 헤어지거나 이혼하려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겠지요.
황혼이혼이야 나이들어 혼인관계를 해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졸혼'이라고 말은 우리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통용되고 있을까요? 사실 졸혼이라는 말은 법률용어는 아니고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신조어에 가깝지요.
졸혼이라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배우자사이 법률관계를 온전히 단절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배우자로서의 쌍방에대한 권리나 의무의 정도를 조금 느슨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졸혼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법률 기사가 있어 소개할까합니다.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 피해를 당한 아내가 자녀들을 생각해 이혼을 하지 않기로 하자 재판부에서 이혼하지 않고 별거하면서 살라는 소위 '졸혼(卒婚)' 조정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아내는 남편의 의처증과 가정폭력으로 고생하다 이혼소송을 냈는데 자녀들을 생각해서 가정의 틀은 지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재판부가 임의조정결정을 내리면서 "별거하되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제사 등 가족 행사에 상대방을 동반하지 않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등 배우자로서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혼인 관계는 유지하라는 취지의 조정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위 기사에 나온 법원 결정은 일반인들이 아는 형태의 판결선고와는 다르고 #임의조정결정 이라고 하여 당사자가 모두 조정안에 동의하였을 때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갖게 됩니다. 이때 담당 재판부가 당사자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여 조정안을 만드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때 담당 판사의 사건에 대한 심증 등이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그래도 결국 양 당사자가 모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당사자 중 일방이라도 이의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고 하면 조정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부부는 사실상 소위 #졸혼이라는 형태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쌍방 모두 동의한 모양이지만, 만약 둘 중 하나라도 반대했다면 재판부가 일반 판결선고의 형태로 이와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ㅎㅎ우리민법에서 혼인관계 유지를 전제로 배우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혼인관계를 유자하면서도 배우자로서의 권리의무행사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를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원고와 피고는 졸혼한다."라는 형태의 판결주문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추측하건대 기사에 등장한 부부의 경우 남편의 유책성이 명백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데도 정작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부인이 이혼하는 것을 주저하자 제반 사정을 다 고려하여 나온 일종의 절충안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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