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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영 변호사] 정관영 변호사의 법률상담 : 빚을 상속받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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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라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90회   작성일Date 24-01-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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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다가온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의 죽음은 슬픈 데다가 과제까지 남긴다. 사람은 가지만 재산은 가지 않는다. 민법의 언어로는 이를 ‘사망에 의한 상속의 개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법률상담을 왔던 나와 비슷한 연배의 A씨는 동생을 잃었다. A씨의 동생은 올해 초 지병으로 사망했다. A씨의 부모는 A씨가 어렸을 때 이별했고 각자 다른 사람과 재혼을 했다. 그의 동생은 죽기 전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했다. A씨는 동생이 남기고 간 사업상 부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며 상속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상속이 시작되는 시점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다(공동상속인들이 있는 경우 그들이 협의분할을 한 날도 아니고, 부동산 같은 재산에 대해 상속등기한 시점도 아니다). 상속은 유언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이 우선한다. 상속법 속에서 사적 자치 원칙이 발현되는 모습이다. 


    다만 유언은 법에서 정한 방법대로 해야 하고 유언 때문에 자신의 유류분(피상속인이 상속될 재산을 유언으로 처분해서, 상속을 기대한 상속인이 그 상속분을 받지 못할 때 상속분의 1/2이나 1/3 등 상속분의 일부를 보장하는 것. 이를 청구할 권리가 유류분반환청구권이다)을 침해한다면 그 범위 안에서 상속인은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 등을 받는 사람에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다. A씨의 유언이 없었고 상속인들 간의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없었으므로 법에서 정해진 상속의 순위와 상속분에 따라 상속된다.



    상속순위는 1순위가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의 직계비속, 2순위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순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가 피상속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의 순이다(민법 제1000조 제1항). 공동상속인들은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피상속인의 권리나 의무를 이어 받게 된다(제1007조).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 상속분은 균등하게 나눠진다(제1009조 제1항). 


    배우자는 상속순위와 상속분이 다르다. 1순위와 2순위 상속인이 있다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와 같은 순위로 1.5배의 상속분에 대해 1, 2순위 상속인과 공동으로 상속할 수 있다. 1순위, 2순위 상속인이 없는 때는 배우자가 단독으로 재산을 갖게 된다(제1003조 제1항). 


    A씨는 동생의 채무가 먼저 재혼한 어머니에게도 상속이 되는지를 물었다. 부모의 혼인관계와 부자, 모자관계는 상관이 없다. 이 경우 A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가 동생의 재산을 상속한다. 


    A씨의 동생은 생전에 적극재산(부동산, 예금, 현금, 동산 등)보다 빚이 더 많았다. 금전채무가 공동으로 상속 될 때는 상속개시(사망)와 동시에 당연히 법으로 정해진 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그 비율대로 나눠져 귀속되니 공동상속인들이 분할할 필요가 없다. 


    돌아가신 사람의 상속재산을 계산했을 때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채무 등)이 많을 것이 확실하거나 예상되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한정승인제도와 상속포기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나 유증을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제1028조). 즉 한정승인을 받게 되면 상속채무를 떠안게 되지만 갚지 않아도 된다. 반면 상속포기는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제1041조). 


    주의해야 할 것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제1019조).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심판청구는 가사비송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의 최후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하면 된다.



    A씨는 이곳저곳에서 알아본 결과 어머니가 상속포기를 하고 아버지가 한정승인을 하는 방법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한정승인은 결국 동생의 채무를 아버지가 떠맡게 되니 부모 둘 다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각자 장단점이 있다. 한정승인을 청구하면 상속재산목록을 빠짐없이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것이 단점이다. 반면 상속포기를 하면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채무가 넘어간다. 그 순위의 상속인도 상속포기를 하면 그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또 상속채무가 안겨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피상속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한꺼번에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상속인이 동순위로 있는 경우 A씨의 사례처럼 한 명만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를 하기도 한다.



    한정승인의 기간을 놓친 경우에는 특별한정승인도 가능하다.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보다 많은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동안 알지 못하고 상속을 단순히 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제1019조 제3항). 



    엎친데 덮친 격이다. 빚이 상속되어 혈연을 잃은 슬픔에 더해 경제적인 고통도 가해지는 것은 가혹하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슬픔에 빠진 개인에게 어려움까지 더 해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공동체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제도를 잘 활용해서 남은 가족에게 빚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란다.



     (2013년 서울시복지재단 정관영의 법률상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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