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변호사] (민사) 채권자지체를 이유로 계약 해제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9다2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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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성재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채권자지체(민법 제400조)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2021. 10. 28. 선고 2019다293036)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사실 관계
원고는 2018. 8. 1. 피고로부터 충북 옥천군 답 82㎡(이하 ‘이 사건 토지’)를 3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다)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업무를 위임 받은 법무사 사무소의 담당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였습니다.
법무사 사무소의 담당자는 2018. 8. 20. 피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가 직접 농지전용과 농지보전부담금 전부를 처리하여 신청해 달라고 한다. 법무사 사무소에서 원고에게 농지전용신고를 하라고 알려주었으나 원고가 위와 같이 요구하고 있어 처리가 곤란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피고는 2018. 8. 22. 원고에게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원고가 2018. 8. 21.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농지보전부담금을 부담하라고 하니 이를 계약 해제로 간주하겠다.’는 부동산 매매계약 해지통보서를 보냈고, 이후 피고는 2018. 8. 27.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등으로 3,572,250원을 공탁하였습니다.
원고는 2018. 11. 2.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법률 쟁점
채무자가 채권자의 수령거절에 따른 채권자 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3. 소송 경과
가. 1심(청주지법 영동지원 2018가단5095) : 원고 패소
- 피고의 부동산 매매계약 해지통보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때에 해제되었음을 인정
나. 2심(청주지법 항소부 2019나11648) : 원고 패소
1)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사람이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인데,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농지전용허가를 받아 지목을 변경하려 한 것은 매수인인 원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농지인 이 사건 토지를 전용하고 그에 따른 부담금을 매도인인 피고가 부담하기로 정하지도 않았다.
2) 원고가 피고의 정당한 이행제공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농지보전부담금을 부담하도록 요구한 것은 확정적으로 수령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3) 채권자가 수령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수령거절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다. 3심(대법원 2019다293036) : 원심 판결 파기 환송(원고 승소 취지)
* 판결 이유 후술
라. 환송 후 2심(청주지방법원 2021나56910) : 원고 승소
* 피고의 부동산 매매계약 해지통보서가 원고에게 도달한 때에 해제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음. 통상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주된 채무는 매수인의 매매대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부동산 소유권 이전의무라고 할 것인데,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 전부를 피고에게 지급하여 그 주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고, 농지전용부담금을 피고가 부담하지 않으면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겠다고 확정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음.
4. 대법원의 판단
* 아래 내용, 형식은 관련 부분이 드러나도록 일부 편집된 것으로, 원문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가. 민법 제400조는 채권자지체에 관하여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 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채무의 내용인 급부가 실현되기 위하여 채권자의 수령 그 밖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에,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제공을 하였는데도 채권자가 수령 그 밖의 협력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아 급부가 실현되지 않는 상태에 놓이면 채권자지체가 성립한다. 채권자지체의 성립에 채권자의 귀책사유는 요구되지 않는다. 민법은 채권자지체의 효과로서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고(제401조), 이자 있는 채권이라도 채무자는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제402조), 채권자지체로 인하여 그 목적물의 보관 또는 변제의 비용이 증가된 때에는 그 증가액은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제403조). 나아가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제538조 제1항).
나. 이와 같은 규정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지체가 성립하는 경우 그 효과로서 원칙적으로 채권자에게 민법 규정에 따른 일정한 책임이 인정되는 것 외에,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책임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이나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다.
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채권자에게 급부를 수령할 의무 또는 채무자의 급부 이행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약정한 경우, 또는 구체적 사안에서 신의칙상 채권자에게 위와 같은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 신의칙상 채권자에게 급부를 수령할 의무나 급부 이행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에서 계약의 목적과 내용, 급부의 성질, 거래 관행, 객관적․외부적으로 표명된 계약 당사자의 의사, 계약 체결의 경위와 이행 상황, 급부의 이행 과정에서 채권자의 수령이나 협력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채권자에게 계약상 의무로서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그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채무자에게 계약의 유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때에는 채무자는 수령의무나 협력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 원심판단과 같이 원고가 피고의 정당한 이행제공을 수령거절하여 채권자지체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민법 제401조, 제402조, 제403조, 제538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채권자지체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것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라. 피고의 해제 주장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석상 원고의 수령의무나 협력의무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었는지, 또는 신의칙상 원고에게 계약상 의무로서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되는지를 심리해야 하고, 만일 원고에게 위와 같은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될 경우 그 의무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본질적 내용과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가려야 한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석상 명시적․묵시적 약정 등을 통해 원고에게 계약상 주된 의무로서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해서 충분히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제공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농지전용부담금을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은 수령거절에 따른 채권자지체에 해당하고,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채권자지체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채권자지체의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실무 적용
위 대법원 판결로, 채권자 지체 성립 자체를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고, 채무불이행의 효과로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채권자 지체 성립 자체로 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지만, 해제 법리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계약 해석상 또는 신의칙상 채권자에게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인정된다면 그 수령의무나 협력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채무자에게 계약의 유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주장/입증하여 해제를 주장할 수는 있다고 판단였습니다.
이행제공을 완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갖은 핑계를 들면서 채무자의 이행제공을 거부하는 채권자와의 계약 관계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경우, 위 대법원 판례에 기초하여 면밀히 법률검토 후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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